이세돌 알파고 불공정 논란에 대한 생각
우선 저는 바둑에 관심이 많은 프로그래머 입니다.
그리고 이세돌을 응원하고 있다는 점도 밝힙니다.
이번 대결은 인간 대 인간의 대결이 아닙니다. 인간 대 기계의 대결인데, 인간 대 인간 대결인 것 처럼 만든 이벤트 경기 입니다.
우리는 컴퓨터가 그리고 기계가 인간보다 잘하는 분야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
계산 이라든지, 암기는 컴퓨터가 압도적으로 잘합니다.
컴퓨터와 계산이나 암산대결을 하는 이벤트를 한다고 하면, 누구도 자신없어 할 겁니다.
반면에 인간이 컴퓨터보다 잘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분하라고 하면 4살짜리 어린이도 1초만에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는 수많은 연산과 통계를 통해 한참후에 겨우 구분해 냅니다.
그 결과의 정확도 조차도 인간에 못 미칩니다.
바둑은 그동안 인간이 잘했던 분야로 분류되던 영역 이였습니다.
그런데 컴퓨터가 이제는 컴퓨터가 더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한판 붙어보자는 게 이번 대회의 취지입니다.
예를들면,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이라고 합시다.
자동차와 사람중 가장 빠른 사람이 처음 달리기 시합을 붙었습니다.
사람들은 자동차가 얼마나 빠른지 본 적 없습니다.
자동차 만든 사람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보다 자동차가 얼마나 더 빠른지 모릅니다.
이번 대국은 그걸 확인하는 이벤트 경기입니다.
자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 대입시켜 봅시다.
알파고는 CPU가 1200대고 사람은 하나니까 1200대 1 이다?
CPU 한대를 인간 1명에 비유하는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마치 인간이 자동차에게 진 이후 자동차는 바퀴가 4개자나 라고 하는것과 같습니다.
바퀴 2개 빼고 사람이 먹는 양만큼만 기름을 넣었으면 사람이 이겼을까요?
승패와 무관한 비유입니다.
애초부터 CPU 1200대인 걸 알고 붙은 경기입니다.
CPU 가 1200대가 아니라 1200만대라도 고양이와 강아지를 빨리 구분하는 시합을 했다면,
어떤 인간이라도 당연히 자신있었을 겁니다.
그것은 인간이 잘하는 분야이니까요.
시합 전 이세돌9단과 바둑 전문가들은 바둑만큼은 인간이 기계보다 확실히 잘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알파고는 이세돌9단의 모든 기보를 알고 있으나, 이세돌9단은 알파고에 대해 모른다?
이 역시 시합 전에 이미 알던 사실입니다. 이세돌 9단 뿐만아니라 누구도 알파고 스타일에 대해 물어볼 수 있었을 겁니다.
알파고에 대해 모르니까 불리하다며 시합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알파고의 코드를 보여줬다면 이세돌 9단에게 도움이 됐을까요?
자동차의 설계도를 보여줬다면 인간이 이기는데 도움이 됐을까요?
그리고 알파고는 기풍이라는게 없습니다.
기계가 무슨 기풍이 있을까요?
11억원이 너무 적다. 구글은 이번 대회로 1000억 이상의 가치를 얻을 것이다?
100만달러의 적정성 논란도 있습니다.
100만달러 대비 구글이 가져갈 가치가 너무 크다는 건데요.
이건 이세돌 9단의 수입을 조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세돌9단은 매해 1억이상의 수입을 올렸지만, 공식적으로 한 해에 10억이상을 번적은 없습니다.
이번에 이세돌9단이 이긴다면 한 해 최대수입을 거두게 되는 것입니다.
이세돌9단의 윤리성을 떠나서 돈만 놓고 본다면, 이 금액이 낮다고 거절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구글입장에서는 그 이상을 지불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시장가격이라는 것은 서로 원하는 선에서 결정되는 것이니까요.
알파고가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기계가 인간을 보고 학습하는 것이지,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둑의 경우의 수가 10의 360제곱정도 됩니다.
CPU 1200대면 이걸 1분안에 계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절대 절대 어림도 없습니다.
체스라면 모든 경우의 수 계산이 가능할 겁니다.
그래서 이미 10년도 전에 체스는 컴퓨터에게 패배했습니다.
만약 알파고가 바둑의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해야 하는 프로그램 이였다면, 한 수를 연산하는데만 해도 수 년씩 걸렸을 겁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인간은 기계의 지배를 받을 것이다?
이건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스티븐호킹 박사는 인공지능으로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고 했고,
빌게이츠와 엘론머스크도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알파고의 CEO 허사비스도 이에 대한 인지를 하고있다는 것입니다.
허사비스는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구글에 딥마인드를 매각할 당시에도 군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3101758581&code=970100
자동차가 인간을 편리하게 했듯이, 인공지능도 인간을 더 편리하게 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사람이기에 이세돌9단을 응원하고 있고, 이틀 연속 패배가 매우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9단의 패배를 인간의 패배라고 단정짓고, 기분 나빠져서 애초에 불리했다며 무조건 비판하는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인간이 자동차와의 시합에서 패한 뒤 자동차가 애초에 바퀴가 4개였고, 자동차의 설계도도 공개하지 않았으니, 불리했다고 투덜대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설령 인간이 완패하더라도 인간보다 빠른 자동차가 생겼으니, 인간의 삶에 새로운 보탬이 될 수 있는 영역을 생각해 보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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